학부 시절 나는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유명 기업에서 인턴 경험까지 말 그대로 자신감도 넘쳤다.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주위에서 나에게 거는 기대들이 컸다. 이때 나 역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때 주변에서 창업을 하는 친구들이 몇몇 있었다. 나도 왠지 창업을 안하면 안될 것 같았다. 하지만 경험도 없고 실력도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그때 나는 스타트업에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설립한지 얼마 안되고 내가 관심있는 빅데이터를 다루며 훌륭한 사수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솔직히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2016년을 기준으로 2년 전에도 빅데이터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그렇다고 빅데이터를 다루는 스타트업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3 가지를 갖춘 스타트업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첫 직장을 스타트업에서 일했고 지금도 같은 회사는 아니지만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2년 넘게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들이 몇 가지 있다. 오늘은 그걸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의욕이 넘치는 건 좋지만 나는 이사진이 아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내가 너무 한심할 정도로 실력이 없었다. 나는 내가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전은 많이 달랐다. 그래서 상당히 노력을 많이 했다. 일찍 출근해서 사수가 짠 코드를 분석했고 퇴근 후에는 이론 및 기술을 습득했다. 주말에도 혼자 출근해서 공부할 때도 많았다. 그렇게 1년쯤 흘렀을까? 실력도 쌓이고 나름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직급이 낮아도 나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낼 수 있는 것이 스타트업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의견을 내는 것이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이사진들의 일이다. 한 번은 이사진들이 내 놓은 방향이 나를 포함한 직원들과 일치 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던 적이 있었다. 우리는 이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견을 내는 것 까지다. 이사진들이 선택했다면 그 선택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그 선택이 성공하도록 계획하고 진행하는 것이 직원들이 할 일이다.

이상하게 그때는 의욕이 넘친 건지 오만했던 건지 흔히 말해서 삐뚤어졌다. 다시 생각해봐도 그것은 오만이고 그렇게 의사 결정을 하고 싶다면 그 회사에 투자하든지 스스로 사업을 하든지 해야 한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맞으나 주인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기술력, 인맥, 자본 셋 중 하나도 없다면 좀 기다려

 나는 이번이 두 번째 스타트업이다. 그리고 평소에도 스타트업과 창업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내가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니 창업에 있어서 아이디어 이외에 3가지 요소는 있어야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버틸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생각하는 3가지는 바로 기술력, 인맥, 자본 이다.

 만약 스타트업 기업에서 핵심 기술이 있고 다른 기업에서 쉽게 만들 수 없는 것이라면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사업을 진행하다가 그 사업 아이템이 호응을 얻지 못하더라도 기술을 중심으로 피봇(pivot)할 수 있다. 그 단적인 예가 버즈니가 아닌가 싶다. 핵심 기술이 있으니 하락세에서도 버틸 수 있고 사업의 방향도 쉽게 바꿀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맥 또한 무시 못한다는 사실을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깨달았다. 별로 어렵지 않지만 확실히 돈이 되는 프로젝트를 인맥을 통해서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뿐이랴. 투자를 받는 상황, 개발하기 어려운 부분을 외주를 주는 상황 등등. 만약 다양한 분야에 훌륭한 인맥,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면 언제 어느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는 스타트업에게 정말 큰 힘이 된다. 반대로 훌륭한 네트워크가 없다면 말 그래도 정말 힘들다. 모든 문제들을 스타트업 내에서 해결하기엔 인력과 능력이 제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본은 말할 것도 없다. 자본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먼저 출시 된 서비스의 후발주자가 엄청난 자본으로 광고를 타면서 시장 점유율을 한 번에 압도하는 경우 말이다. 현재 일하면서도 이런 경우를 몇 번 봤는데 먼저 출시를 한 회사는 정말 눈 뜨고 코 베이는 격이다.

 만약 창업을 하려고 한다면 나는 이 3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충족되는 부분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만약 하나도 해당하는 것이 없다면 미안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 하지만 죽 쒀서 개주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외국 시장을 타겟으로 한다는 것

 나는 이상하게 한국 시장을 타겟으로 스타트업에서 일해보지 못했다. 지금도 중국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외국 시장을 노리는 기업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한국이 아닌 세계를 노리는 기업이라니!’ 그런데 이게 개발자에겐 상당히 어렵게 다가온다. 만약 현지에 개발팀이 없다면 힘든 부분이 이만 저만 아닐 것이다. 분명히 다른 부서(파트)에서도 쉽지 않겠지만 개발자의 관점에서 어려운 부분을 두 가지만 다루려 하고 추후에 자세하게 한 번 더 다루겠다.

 일단은 첫 번째로 힘든 점은 외국은 우리나라만큼 인터넷이 빠르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팀에서도 가끔씩 나의 개발 실력이 허접해도 인터넷이 커버해주네!’ 라고 습관처럼 말한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나라 인터넷 속도는 정말 빠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준으로 개발을 하면 외국에서 작동하지 않을 확률이 경험상 상당히 높다.

 그 뿐만이 아니다. 현재 중국을 대상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심지어 되지 않는 것들도 많다. 중국을 대상으로 개발을 해봤다면 알겠지만 일단 구글의 서비스를 쓸 수가 없다. Push를 쉽게 할 수 있는 GCM을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이번 개발에 AWS를 사용했었는데 속도가 정말 느리다. 그렇다고 베이징 리전을 사용하려 한다면 ICP 비안을 받아야 한다. 이게 한국인이 받으려 하면 정말 오래 걸린다. 만약 데드라인이 가까운데 이것을 몰랐다면 답이 없는 상태가 된다.

 다음으로 피드백이 너무 느리다는 점이다. 앱을 출시 하고 나서 얼마나 빠른가 확인을 해야 하는데 만약 타겟 국가에 개발팀이 없거나 더 최악으로 아무도 없는 상황이라면 테스트를 해볼 수가 없다. 첫 번째 이유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 테스트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된다.

 개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기획 및 디자인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사용자들이 사용할 서비스는 그 나라의 정서와 문화가 녹아져 있다. 만약 개발자 및 디자이너가 그 국가 사람이 아니면 정말 난감하다. 그리고 만든 서비스가 어떤지 피드백을 받기가 상당히 힘든 경우도 많다. 상상해서 디자인과 개발하는데 확실히 한계가 있다.

 그것 이외에도 정말 많은 어려움과 불편함이 있다. 각 국가는 느린 인터넷 속도에서도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발력을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타겟 국가에 개발팀이 없다면 조금은 신중하게 그리고 많은 조사 후 움직이는 것이 좋겠다. 열심히 개발한 것이 정말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자꾸만 늘어나는 기능

스타트업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실수 중 하나는 이런 저런 기능들을 모두 붙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기능도 있으면 좋을 거 같고 저런 기능도 있으면 좋을 거 같고 그래서 덕지덕지 붙여서 어느새 거대한 서비스가 되어있다. 왜 자꾸 기능을 추가하게 되는 걸까?

일단 어떤 사업을 하는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명확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거 같다. 혹은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나 추상적으로 알고 있을 경우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 ‘아니 어떻게 사업을 하면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모를 수가 있지?’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빈번하다. 그저 추상적으로 ‘~하는 서비스야라고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서비스의 중심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고 필요할 것 같은 기능들을 추가하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능을 많은데 뭐가 핵심인지 모르는 서비스가 된다.

다음으론 명확한 타겟층을 찾지 못했을 때 여러 가지 기능을 추가하게 되는 것 같다. 명확한 타겟층이 없다 보니 이 사람들에겐 이런 기능이 필요해, 저런 사람들에겐 이런 기능이 필요해하며 자꾸만 기능이 추가 된다. 그리고 이것은 일반적으로 단순한 예측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서 정작 필요하지 않은데 추가될 때가 많다. 사용하지도 않을 기능을 꾸역꾸역 넣는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힘들고 지친다.

스타트업은 아직 도마뱀이다. 스타트업이 공룡처럼 느려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덕지덕지 붙어있는 잡다한 기능들 보다 핵심적인 기술이 중심이 되어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어설프게 공룡 흉내를 내면서 움직였다가 잡아 먹히게 될지도 모르다.



나는 지금도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아직까지 스타트업의 열정이 좋고 성공에 대한 갈망하는 것이 좋다. 물론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힘든 점도 많다. 또한 그래도 괜찮은 기업에 가는 것이 맞는 거였나라는 후회가 생길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개발 스택으로 개발할 기회가 많고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나는 좋다. 그리고 이번 글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어제 그리고 오늘 그리고 미래에 경험하고 느낄 경험들을 다시 또 공유해야겠다.

[참고 자료]

[모바일 시대의 사람들] (10) 버즈니가 4번 피벗하고도 살아남은 비결은?

http://www.mobiinside.com/kr/index.php/2015/12/10/buzzni-interview/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20가지 이유] 18네트워크 미활용

http://www.demoday.co.kr/blog/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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