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보는데 왜 이렇게 힘들지?!

나름 준비하고 있던 시험이 끝나고 조금 푹 쉬고 싶었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러 갔다. 대학로에서 처음으로 봤던 연극의 진한 여운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지금 가장 인기있는 연극을 찾아 보았다. 그 중에 ‘블링블링’이 많이 언급되었다.

많은 극찬과 높은 평점이 주를 이루었다. ‘너무 웃어서 힘들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등등 나의 시선을 사로 잡는 평들이 많았다. 그리고 소셜 커머스에서 너무나 저렴한 가격으로 표를 판매하고 있어서 너무나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연극들을 제치고 ‘블링블링'을 보러 갔다.

기대가 컸던 걸까? 아니면 코드가 맞지 않는 걸까? 다들 너무나 재밌다고 하지만 나는 솔직히 아쉬움이 컸던 연극이었다. 그래서 이번 연극의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비교해 보려고 한다.


연기력 자체는 괜찮았어, 관객과의 호흡도!

이 연극 캐릭터의 색이 강하고 개성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마카롱’과 ‘김태희’ 둘의 연기가 아주 담백하고 괜찮다고 느껴졌다. 상당히 몰입이 잘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배우 말고도 다른 배우들도 상당히 연기력이 좋았다. 너무 과하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특히 ‘강역한' 역을 맡은 배우님은 조명까지 맞았다고 했는데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것을 보니 연기와 조명까지 완벽히 수행했다고 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좋았던 점은 관객들과 같이 호흡하는 부분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 연극에서 관객들의 연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래서 관객들이 연극 중간 중간에 자주 등장하는 부분이 많은데 이게 전체 흐름을 깨지 않는 선에서 재밌게 끌고 나간 점이 상당히 흥미롭고 유쾌하다.



아 너무 정신이 없고 집중이 안돼!

이 연극에서 일단 아쉬운 점 하나는 완급조절이다. 스토리가 ‘관객들을 계속 웃겨야해!!!’라는 압박감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1차원적인 개그들이 많아서 분명 웃어야 하긴 하겠는데 흔히들 말하는 현실적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그것을 보고 있는 관객으로서는 너무나 불편하다. 그런 구성에 배우들의 연기가 과해지면서 정신이 없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관객에게 조금은 쉬는 부분을 주면서 호흡할 수 있는 부분을 주었다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는 스토리가 너무 집중하기 힘들다. 스토리의 전체적인 맥락은 나쁘지 않다. 근데 그것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너무 정신이 없다. 그리고 중간에 관객을 놀래키는 부분은 정말 기존에 있던 집중까지 다 날려 버렸다. 왜 그런 스토리 구조를 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전체적인 스토리 상에서 필요한 부분도 아니였을 뿐만 아니라 앞 뒤 스토리와 연결되지도 않는 부분이었다. 가뜩이나 정신없는 구성인데 화룡정점을 찍는 부분이었다고 할까?!


장르가 애매모호함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건 성인 코믹물도 아니고 그냥 코믹물도 아니였다. 성인 코믹물이라고 하기엔 야하지 않다. 야함을 고급스럽게 그리고 재미를 이끄는 것은 절때 쉽지 않다. 거기에 야함을 재밌게 끌어내지 못하면 눈쌀을 찌푸릴수 밖에 없는데 바로 그 꼴이다. 그렇다고 코믹물이냐?! 그러기엔 너무나 1차원적인 부분들이 많았다. 1차원적인 것에 웃기에는 관객들의 나이가 너무 많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의 이름을 재밌게 지어놓고 그것을 활용하지 못한게 너무 아쉽니다. ‘왕성기’, ‘마블링', ‘마카롱', ‘김태희', ‘박하스', ‘강역한' 까지 너무나 재밌는 캐릭터 이름아닌가! 나는 이 캐릭터의 이름이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의도했다고 봤던 내가 너무 설레발이었을까? 굳이 이런 이름을 지을 필요도 없을 정도로 이름을 활용하지 못했다. ‘캐릭터의 이름으로 더욱 재밌는 것들을 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연극을 준비하신 배우님들에게는 너무나 미안하지만 정가를 주고 보기에는 아깝다. 나도 70% 할인한 가격으로 봤는데 이를 정가로 봤다면 솔직히 기분이 썩 좋진 않았을 거 같다. 할인 된 가격으로 본다면 그냥 저냥한 연극이었다.

내가 너무 혹평한게 아닐까 하지만 속으로 너무나 아쉽기 때문이다. 기본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력은 나쁘지 않다. 그런데 완급 조절의 실패와 장르의 애매모호함이 전체적인 연극의 만족도를 너무 깎아내리는 것 같아서 너무나 아쉽다. 관객들의 혹평에도 피드백을 받아서 더 멋지게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평점 : 6.0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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