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도 없었다

단 한 번도 없었다. 책을 사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사람이 오랜 기간 경험이나 연구에서 얻은 지식을 잘 정리해 놓은 책이라는 것을 1~2만원 주고 사는 것은 너무나 갑싼 거래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 지식을 2만원 정도로 알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멋지다. 그런데 한 번 읽고 더 이상 읽지 않는 책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생각들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최근에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내가 구매했던 내역을 우연히 보게되었다. 최근 2년 동안 내가 구매했던 책 가격의 합을 내보니 2백만원이 넘었다. 이 중에서 여러번 읽었던 책을 제외한 한 번 읽고 더 이상 안 읽은 책 가격이 거의 150만원 가까이 되었다. 이렇게 보니 너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웬만하면 책을 사지 않기로.


내가 이러려고 책을 샀나 자괴감이 들어

책을 사지 않기로 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일단 책 값이 그렇게 싸지는 않다는 점이다. 물론 초반에도 언급했던 것 같이 작가의 정수가 담긴 지식이 비싸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한 번 읽고 마는 책을 돈 주고 사는 것이 어느 순간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사다보니 책을 보관하는 것 역시 문제다. 나는 개인적으로 책을 많이 샀던 편이라 집에 책이 좀 가득 쌓인 편이다. 그런데 이게 일정 수준 이상 쌓이다 보니 방의 많은 부분을 책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한 때는 책꽂이에 책만 꽂혀 있어도 그것이 모두 내 지식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는데 어느 순간 부터는 그냥 짐으로 다가왔다. 특히나 현재 혼자서 원룸에서 사는데 이사라도 하면 다른 짐보다도 책이 부피가 어마어마 하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 그래도 책을 사두고 읽지 않더라도 책장에 꽂아 두면 언젠가 읽게 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 책을 사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자극을 받고 싶으면 도서관을 가는게 훨씬 낫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 의미없고 목적 없는 독서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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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바로 너였어

그래서 나는 최근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고 있는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면 좋은 점들이 있다. 우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기 때문에 말 그대로 책을 읽어야 하는 데드라인이 생긴다. 반납일 까지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남산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데 남산도서관은 2주 동안 책을 대여할 수 있다. 확실히 데드라인이 있다보니 차일 피일 미루지 않고 책을 잘 읽게 된다.

그리고 책이 내 소유가 아니라고 생각하다 보니 책 내용을 잘 정리하게 된다. 책을 샀을 적에는 읽은 내용을 딱히 정리하지 않았었다. 책을 샀을 적에는 책 내용이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확인 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그냥 그 부분을 찾아 보면 되지만 책을 빌려보면 다시 그 부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책을 빌려 읽은 뒤로는 읽은 것들을 잘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난 뒤 부터 책 내용도 기억에 잘 남고 서평쓰기도 참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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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원칙

그렇다고 해서 내가 책을 아예 사지 않는 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책을 구매하는 원칙을 세웠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한 번 읽을 것 같은지 여러 번 읽을 거 같은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한 번만 읽고 더 이상 읽지 않은 책들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이는 어느 순간 짐이 되었다. 그리고 솔직히 책을 구매하는 순간 한 번 읽을 책인지 여러번 읽어야 하는 책인지 가늠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자기 개발서나 소설은 보통 한 번 읽을 경우가 많다. 고전 도서나 개발 서적중 중급 레벨 도서는 여러 번 읽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만 잘 판단해도 충동적으로 책을 사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책을 읽는 데 얼마나 걸릴지를 생각한다. 책을 빌리는 것은 말 그래도 반납일이 있기 때문에 일년 내내 빌릴 수 없다. 그래서 책을 보고 빨리 읽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단한다. 보통 개론서나 중급 레벨 IT도서는 금방 볼 수 없다. 이런 책들은 구매하여 두고두고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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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도 있지만

물론 책을 빌려서 보다보면 불편한 점들이 있다. 사실 나는 책에 밑줄도 긋고 읽으면서 생각나는 것들을 책에 쓰면서 읽는 스타일이다. 사실 이것 때문에라도 책을 사서 읽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따로 노트를 펴고 책 내용을 잘 정리하면서 내 생각까지 정리하는 것이 시간은 조금 더 들지 몰라도 분명히 책에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보다 기억에도 잘 남고 따로 또 정리할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다.

책을 사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이제 조금은 생각이 바뀌어 간다. 도서관을 잘 이용하면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책을 읽을 수 있다. 좀 더 일찍 도서관을 이용했으면 좀 더 많은 돈이 내 통장에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너무나 든다. 아마도 이제 더욱 더 도서관을 애용하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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